Book Review

[독서감상문 27]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적이 있습니까? < 홍순재 '당신이 은인입니다.'>

남내점주임 2023. 5.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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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자에너 현재 창업교육가로 유명해진 홍순재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노숙자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옷에 검정 옷을 입고 있는 그 분들이다. 예전 신림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그들이 있었고, 종로에서 전단지를 돌릴때도 그리고 피켓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그들은 언제나 근처에 있었다. 특히 호주에서 지갑을 2번털려서 집세를 못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집세는 디파짓을 제외하고 한주에 7만원 정도 였는데 그 돈이 없어서 노숙자가 된 적도 있으니, 홍순재씨의 노숙자 사연이 궁금해기만 했다. 책의 프롤로그를 본다.

 

전철에서 흘린 눈물

 

 

어느날 늦은 아침, 출근 시간대가 끝나갈 때쯤 전철을 탔다. 다행히 자리가 한두 군데 있기에 타자마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같은 칸으로 들어오시는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새우처럼 굽은 허리와 하얗고 부스스하게 센 머리가 그 분의 연세를 짐작게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리에 앉기는커녕 내 옆을 지나쳐 다시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 앉으세요." 못 보셨나 싶어 불렀더니 할머니는 날 돌아보며 선반을 가리키셨다.

 

"저거 좀 내려줘"

 

손끝이 가리킨 선반위에는 누군가 버린 신문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할머니를 다시 보았다. 나무껍질처럼 건조하게 갈라진 할머니의 손에는 이미 여러 부의 신문이 들려 있었다. 낡아빠진 가방에도 신문지들이 담긴게 보였다. 할머니가 읽기엔 지나치게 많은 신문이지만, 폐지라 치고 눈대중으로 재보면 천원어치도 안 되는 양이다. 하루 내내 전철 안을 떠돌며 저렇게 줍고 다녀봤자, 저 속도로는 5천 원어치 채우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초라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무언가가 겹쳐져 보이는 순간, 갑자기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왈칵 치밀어 오르며 볼이 뜨거워졌다. 얼른 지갑을 열어보니 지갑에 만원짜리 두 장이 들어 있는게 보였다.

 

"할머니, 제가 차마 오래 사시라는 말씀은 못 드립니다. 그저 건강하게 사세요."

 

신문과 함께 2만원을 할머니의 손에 꼭 쥐여 드리는데, 그제야 할머니가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암담하고 흐릿한, 어딘가 화난 것 같기도 한 눈빛. 그 얼굴을 마주하면서 나는 미처 닦아낼 생각도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의 눈동자 속에 마치 과거의 내가 들어있는 것만 같았서였다. 나, 홍순재는 불과 몇 년까지만 하더라도 노숙자로 거리를 전전하던 신세였다.

 

P. 64

 

맞기전에 때리기, 잃기 전에 뺏기

 

 

살아오는 동안 나는 정말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걸 자각한 시점부터는 사람들에게 주었던 상처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를 용서해준다 해도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하기란 쉬운일이 아니기에, 요즘도 간혹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머리가 뜨거워지며 숨이 턱턱 막히곤 한다.

 

세상의 모든 상처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가벼운 악의, 얄팍한 치기, 배타적인 몰이해, 공격적인 두려움...여러 가지 출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확실한 건 그 출발점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이들 중 하나라도 어른들로부터 상처 내는 법을 배운 녀석이 있으면, 그 노하우는 금세 아이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퍼져 나간다. 내가 맨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로 결심한 날도, 아직은 어린 열한 살 때의 일이었다.

 

전학 간 동네에서 처음으로 친구들을 우리 집에 불러서 논 다음 날, 학교에 가보니 아이들이 어느새 나를 '거지새끼'라 부르고 있었다. 몇몇은 친절하게도 "우리 엄마가 너 같은 거지새끼랑 같이 놀지 말래."라며 상황 설명을 해주기까지 했다. 그 외의 다른 애들은 놀랍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왕따로 돌입했다.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었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지위와 집안의 수준에 따라 친구를 골라야 뒤탈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학교 뒷산에서 네 명에게 집단으로 두들겨 맞는 지경에 이르렀다. 폭행을 당한 것도 큰 충격이었지만 그것을 동생이 보고 있다는 건 아프고 수치스러웠다. 그 날밤 나는 혼자 끙끙거리고 울면서 다짐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식으로 맞지 않을 거라고. 맞기 전에 때리고, 잃기 전에 뺏어버리겠다고. 치기 어린 수준을 벗어나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악의를 품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홍순재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했다. 가끔씩 자기개발서에서 나오는 책들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의 좋은 뜻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홍순재라는 사람도 딱 그런 느낌이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4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번째는 명품옷이나 멋진차 즉 자신이 갖고 싶은 것들이다. 한달에 한번 나오는 월급을 받기 위해 사는 사람들 말이다. 2단계는 와인이나, 골프 등을 치러 다니며 고급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비행기 좌석으로 따지자면 비지니스급 이상으로 보면 될 것이다. 3단계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과정을 수료하거나 자격증 40개를 딴다거나 지신의 몸값을 올리는 사람들이 될것이다. 마지막 4번째는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한비야씨나 류광현씨 등, 미래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세계의 기아에 힘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다. 3단계에서 4단계는 서로 긴밀한 연결관계가 있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게 되면 남들을 보게 되는 눈도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단계에 위치해 있는지 느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내가 있는 위치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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